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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낙태수술 산부인과 이젠 각서까지 받는다
  여성보건센터
 
 

[데일리안] 기사입력 2012-11-18 11:00



최근 수능을 치른 고3 여학생이 낙태수술을 받은 후 숨져 충격을 주는 가운데 아직도 수많은 산부인과에서 암암리에 불법 낙태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낙태수술을 해 줄 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약까지 처방해주는 대신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작성해야한다는 사연이 제보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에 사는 A씨(28·여)는 2년 전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수술을 결정하게 됐다. 그러나 A씨가 낙태를 결심했던 지난 2010년 3월에는 프로라이프 의사회(태아를 존중하고 낙태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와 시민들 모임)가 우리 사회 낙태문제를 전면 제기하며 낙태 근절을 주장했던 시기여서 산부인과마다 낙태수술을 꺼렸던 상황이었다.  A씨는 “수술을 받기 위해서 신촌, 이대부근에 있는 산부인과 10곳 이상을 직접 찾아가 문의했지만 다 거절당했다”며 “할 수 없이 인천으로 돌아와 여기저기 찾던 중에 한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수술해주겠다는 얘길 듣고 바로 입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임신 8주째에 접어든 A씨는 수술비 30만원을 내고 수술대에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수술대에 오르기 전 의사로부터 한 장의 종이를 받았다. '수술 사실을 어느 곳에도 발설하지 않고, 약국에 처방전을 제시할 수 없는 만큼 해당 병원에서 제조해주는 약을 복용하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일종의 각서였다. A씨는 “물론 그 시기에 낙태 금지 논란이 워낙 거셌던 때라 일정 부분 이해는 갔지만 솔직히 약을 복용하는 내내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원래 낙태수술 이후 일부 사람들이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토로하기도 한다는데 난 그 정도가 심해 아직도 해당 약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최근에도 자신의 지인이 해당 병원에서 낙태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16일은 전화인터뷰를 통해 진상 확인에 나섰다. 오전 9시30분경 전화를 받은 병원 측 관계자는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요”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기자가 “친구가 얼마 전 그곳에서 수술을 했다. 나도 할 수 있냐”되묻자 돌연 “그럼 일단 병원에서 원장님이랑 상의해 보시라”며 애매모호하게 답변했다. 기자가 다시 “사실은 내가 2년 전 그곳에서 수술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그 약이 좀 안 좋았다”고 하자 병원 측은 “아 그러셨냐. 그러면 더욱 원장님과 상의하는 편이 맞다”며 재차 원장님과 상의하라는 말만 이어가고 통화를 끝냈다.

현재 우리 현행법상 임산부 스스로 약물 등을 사용해 낙태한 경우는 물론 임부의 촉탁에 의해 의사 등이 낙태시술을 한 경우 임부와 의사 모두를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A씨 외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 내 낙태수술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프로라이프 최정윤 사무차장은 “우리 사회에 낙태 문제가 근절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낙태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라며 “낙태금지는 여성권을 저하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여성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사무차장은 “실제로 예전과 달리 낙태수술을 해주는 곳 대부분이 불법시술소가 아닌 합법적인 병원이 많다”며 “더 이상 낙태수술의 위험성을 낙후된 의료시설이나 의사의 시술능력으로 평가할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이 알아야 할 핵심은 낙태수술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숨진 고3 여학생도 불법 낙태수술소가 아닌 산부인과 의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며 “숨진 여학생처럼 임신이 24주나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을 하면 수술 절차도 복잡할 뿐 아니라 엄청난 출혈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생명을 담보할 만큼 위험한 행위인데 어떻게 이것이 여성권을 저하시키는 논리로 풀이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 정부와 수사기관의 느슨한 감시 태도도 질타했다. 최 사무차장은 “더 큰 문제는 이를 감시하지 않은 정부의 행태다”라며 “버젓이 대형 프랜차이즈 산부인과에서 낙태수술을 자행하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공공연히 묵인해줬다. 법으로는 낙태를 금지하는 나라에서 정작 낙태수술에 대해 방임하는 것은 난센스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그는 “다시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철저한 감시와 함께 사회적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며 “적어도 낙태수술을 합당하다고 말하기 이전에 이것을 통해 얼마나 생명의 위협이 가하는 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0일 낙태수술을 받다 숨진 17세 소녀의 진료 차트에는 ‘10월 중순 다른 병원에서 태아가 다운증후군 진단 받았음.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음’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여고생의 유족들은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는 것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은 합법을 가장하기 위한 의원측의 거짓 기록”이라고 주장해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데일리안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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